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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26일(현지시간) 영면에 들었다. 장례 미사를 통해 12년간 교황으로 머물렀던 바티칸을 떠나보낸 뒤 영원한 안식처로 직접 선택한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성모 대성당)에 묻혔다. 난민과 노숙자들이 그의 장례를 함께했다. 묘비에는 엄숙한 묘비명 대신 그의 이름 몇 자만 새겨졌다.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길이 자비와 겸손을 한시도 놓지 않은 그의 생전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성모 품에, 소박하게' 묻힌 교황
교황은 26일 오후 성모 대성당 벽면 안쪽으로 움푹 파인 외환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 공간에 안장됐다. 이전 촛대를 보관했던 곳이다. 양옆엔 죄를 고하는 고해소가 있다. 관이 놓인 위치에는 흰 대리석이 놓였다. 대리석엔 '프란치스쿠스'라는 라틴어 이름만 새겨졌다. 교황 재위 기간 등이 적힌 전임 교황의 것과 달랐다.
안장 장소도, 관 형태도, 모두 생전 교황이 바랐던 대로였다. 그는 존경했던 성모 마리아 품 안에서, 가장 쓸개 소박한 모습으로 영면에 들기를 원했다. 성모 대성당은 로마의 3대 성전 중 하나로,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최초의 성당이다.
이탈리아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성모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비공개 장례 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교황은 성모 대성당에서 영면에 들 담보대출전문 었다. 교황청 제공, 로마=AFP 연합뉴스
교황이 바티칸 밖에 묻힌 건 1903년 선종한 레오 13세 이후 처음이다. 특히 성모 대성당이 자리한 로마 에스퀼리노 언덕은 과거 이민자와 빈민들이 거주했던 지역이다. 현재는 매일 수십만 명이 이용하는 로마의 관문 기차역인 테르미니역과 가까운 곳이다. 로마 최고금리상품 주민 마르셀라는 "교황은 선종 뒤 우리와 더 가까워졌다. 프란치스코 교황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교황의 묘는 27일 오전부터 대중에 공개됐는데, 이날 성모 대성당이 문을 열기 전부터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26일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가 열린 바티칸 성 베드로 현대상선 채용 광장에서 미사에 참석한 성직자들이 보이고 있다. 바티칸=AP 뉴시스
"성인으로!" 존경의 외침, 바티칸에
영면에 들기 전 교황의 장례 미사가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됐다. 교황은 부활 미사(지난 20일)를 통해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신자들을 만났다. 교황은 21일 선종했다.
미사는 추기경단 단장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 주례하에, 추기경 200명과 주교 및 사제 740명이 공동 집전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미사 시작은 오전 10시, 교황의 관이 대성당 밖 광장으로 이동하며 시작됐다. 교황은 23일부터 미사 전날까지 사흘간 대성당 바닥에 놓인 붉은 목관에서 일반 조문을 받았었다.
추기경과 주교들이 대성당 내 중앙 통로 양옆에 도열했고, 관은 그 사이를 천천히 이동해 추모객이 모여 있는 광장으로 향했다. 14명의 운구자 어깨 위에 관이 놓일 때, 광장에 마련된 제단에 놓일 때 광장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산토 수비토(그를 지금 성인으로)"라는 외침도 들렸다.
관에는 흰색 십자가와 교황명, 수명(88년 4개월 4일), 재위 기간(12년 1개월 8일)이 새겨져 있었다. 교황의 모토도 적혔다. '불쌍히 여기시고 선택하셨다'로 번역되는 라틴어 문장(Miserando atque eligendo). 여기엔 죄 많은 인간이 예수에 의해 품어졌던 것을 기억하며 겸손하고 자비롭게 살겠다는 마음이 담겨있다. 관에는 교황의 생애를 기록한 문서인 '로기토(rogito)'가 담겨 함께 봉인됐다. 로기토엔 "교황은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레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교황의 생애를 기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방문지는 이민자의 비극을 상징하는 람페두사섬이었다. 최근 몇 년간 격화된 전쟁과 비인간적 참상, 무수한 죽음과 파괴 앞에서 교황은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여 평화를 촉구했다." 레 추기경은 그러면서 "교황은 항상 '벽이 아니라 다리를 놓으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강론은 "이제 하늘에서 교회와 로마, 그리고 온 세상을 축복해주시기를 간청한다"고 말로 끝났다.
26일 이탈리아 로마에 설치된 한 스크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로마=신은별 특파원
미사 뒤 관은 바티칸을 출발해 성모 대성당으로 약 6㎞를 이동했다. 베네치아 광장, 콜로세움 등을 지나는 그의 운구는 되도록 많은 이들의 배웅을 맞을 수 있게 너무 빠르지 않은 속도로 진행됐다. 이동 경로엔 미사에 미처 참석하지 못한 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행렬이 제 앞을 지날 때 사람들은 박수 치고 환호했다. 건물 안에서도 많은 이들이 교황이 탄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추모객 운집'... 미사 25만 명, 행렬 15만 명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가 거행되고 있다. 바티칸=AP 뉴시스
교황의 마지막 길에 함께하고자 최소 수십만 명이 바티칸과 로마에 머물렀다. 교황청에 따르면 미사에 25만 명 이상이 참석했다. 미사가 열릴 때 바티칸 내부는 물론, 베드로 광장 앞 거리 '비아 델라 콘질리아치오네' 등은 이동이 어려울 정도로 꽉 찼다. 곳곳에는 미사를 보여줄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독일인 막스는 "평화를 중시하고 약한 사람을 살피는 교황 생애에 우리는 빚을 졌다. 그래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자 왔다"고 말했다. 장례 행렬 시 이동 경로에는 약 15만 명이 대기한 것으로 추산됐다. 사흘간의 일반 조문에도 약 25만 명이 참석했다.
130여 개국 대표단도 미사에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국가원수 약 50명이 자리했다.
26일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앞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행렬이 지나는 가운데, 도로 옆으로 사람들이 도열해 교황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있다. 로마=로이터 연합뉴스
마지막까지 사회적 약자 살핀 교황
교황은 자신의 배웅길에 사회적 약자가 함께 있기를 소망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사에는 이탈리아의 난민 구호 단체인 '지중해 구조단'이 초대됐다. 2년 전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정착한 뒤 바티칸에서 교황과 만난 적이 있는 리비아 난민 마하마트 다우드도 미사에 참석, "난민들과 약한 이들의 편에 진정으로 섰던 유일한 교황"이라고 회고했다.
난민, 노숙인, 트랜스젠더 등 사회적 소수자 40여 명도 성모 대성당에서 교황을 맞았다. 교황청은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을 초청한 것은 교황 유언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미사가 진행될 때 광장에서는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도 보였다.
라틴어로 미사가 진행됐지만 기도문은 여러 언어로 읽혔는데 이때 최초로 중국어 기도문이 포함된 데도 교황의 뜻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교황은 생전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려 애썼기 때문이다. 바티칸은 다른 다수 국가와 달리 중국이 아닌 대만과 수교를 맺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1951년 대만을 개별 국가로 인정한 바티칸과 단교한 뒤 공식 외교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교황에 대한 가톨릭 공식 애도 기간은 다음 달 4일까지다.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비밀 회의 콘클라베는 그 뒤 열리는데, 이르면 다음 달 6일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바티칸?로마=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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