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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9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DC로 복귀하는 전용기 안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났다. 트럼프는 행정명령 서명 행사를 마친 상태였다. 한 기자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 가능성에 대해 질문했다. 트럼프는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1월20일 취임식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선 "올해 중국을 방문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 초청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다시 시 주석과의 회동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과 새 무역 합의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엔 "가능하다"고 답했다. 다만 언제 만날지, 새 무역 합의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2월20일 퀵서비스 기사 중국 언론은 트럼프의 발언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트럼프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달려가는 상황을 보도하는 것과는 딴판이었다.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도 새 무역 합의를 위한 협상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심지어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전혀 없었다.
건축허가신청 2019년 6월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만남을 갖고 있다. ⓒAP 연합
대만 TSMC 반도체 계속 때리는 트럼프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사안은 중국의 핵심 국익인 양안(兩岸·중국과 이바보 대만) 문제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 내내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사업을 빼앗아갔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의 이목을 끌었다. 작년 7월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된 직후에 가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는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간 대만은 엄청난 부자가 됐다"며 "대만은 방어를 해준 미국에 돈을 내야 한다"고 했다. 또 "대만은 미국에서 9500마일 떨어져 있고 중국과 비소구대출 는 68마일 떨어져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기가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트럼프의 생각은 취임 이후 더욱 구체화됐다. 2월13일 트럼프는 자국산 제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모든 다른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계획 수립 각서에 서명했다. 이 자리에서 대만을 콕 짚어 비판했다. 트럼프는 "반도체는 대부분 대만에 현대자동차 9윌 구매혜택 서 생산된다. 대만은 미국 반도체 사업을 빼앗아갔다. 우리에게 인텔과 같은 위대한 회사가 있었는데, 대만에 빼앗겼다. 우리는 그 사업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놀란 대만 정부는 2월14일 국가안보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대만이 좌불안석이 된 이유는 지난 수년간 반도체를 앞세워 막대한 무역흑자를 거뒀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대만 재정부가 발표한 '수출입무역 잠정통계'에 따르면 2024년 수출은 4750억 달러, 수입은 3944억 달러를 기록해 806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대만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큰 폭의 흑자 행진을 이어왔고, 2023년에는 807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막대한 무역흑자를 안겨준 나라가 중국과 미국이다. 중국에는 2021년 1046억 달러, 2022년 1003억 달러, 2023년 805억 달러, 2024년 699억 달러의 흑자를 거두었다. 미국에는 2021년 264억 달러, 2022년 293억 달러, 2023년 353억 달러, 2024년 648억 달러의 흑자를 얻었다.?
두 나라 모두 가장 많이 수입했던 품목이 반도체다. 대만은 반도체를 2023년에 1765억 달러, 2024년에 1734억 달러를 수출했다. 트럼프가 대만이 반도체 사업을 빼앗아가서 부자가 됐다고 여길 만한 상황이다. 특히 대만이 중국에 반도체를 팔아 엄청난 돈을 버는 데 주목하고 있다. 과거엔 인텔이 시스템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했지만, 지금은 그 역할을 대만 TSMC가 담당하고 있다. 최근 대만의 정치 상황도 중국엔 호재다.
지난해 1월 치러진 총통선거에서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가 당선됐다. 같은 날 치러진 입법위원선거(한국의 총선)에선 여소야대로 바뀌어 중국국민당(국민당)이 원내 1당으로 올라섰다. 국민당은 전통적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중시한다. 게다가 제2야당으로 캐스팅보트를 쥔 대만민중당도 반(反)민진당으로 돌아섰다. 따라서 거야는 입법원을 장악하고 정부를 견제하는 법안을 잇달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두 야당의 의원들이 공직자 선거파면법, 헌법소송법 등 3개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여당 의원들과 난투극을 벌였다.
2월19일에는 여야가 올해 예산안의 합의 처리에 실패하면서 국민당과 민중당이 대규모 감액 예산안을 제출했다. 대만에서는 총통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해도 입법원이 재의결해 과반수로 가결하면 법안이 공포된다. 라이 총통은 트럼프의 공세에 대응하고 거야의 거센 압박을 방어해야 하는 내우외환 상태다. 물론 대만 정부도 가만있지는 않고 있다. 2월18일 로이터통신은 "대만이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70억~100억 달러어치 미국산 무기를 한꺼번에 구매하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은 바이든 집권 시기 17차례, 76억9700만 달러 규모로 미국산 무기를 구입했다. 이번 협상이 타결되면 대만은 대미 무역흑자를 줄일 수 있고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현재 트럼프는 이전과 달리 첨단 무기를 대만에 수출하는 데 전향적이다. 대만은 중국의 침공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공중 조기경보통제기, 패트리엇 미사일, F-35 전투기 등을 원하고 있다. 트럼프 집권 1기부터 첨단 무기의 도입을 추진했지만, 트럼프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승인하지 않았다.
중국은 최근 대만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대만 반도체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입장에서 이를 매개로 트럼프와 거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고사양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산 반도체의 대량 구매를 미끼로 협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트럼프는 시스템반도체 분야 절대 강자인 TSMC에 인텔과의 협력을 강요하고 있다. 2월19일 대만 언론들은 "미국 당국이 TSMC가 인텔과의 협력에 불응할 경우 반독점 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2월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게일로드 내셔널 리조트 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수정치 행동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DP 연합
'시간은 나의 편'이라 여기는 시진핑
이런 현실을 이용해 중국은 미국이 대만에 첨단 무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방해할 수 있다. 철저히 자국 이익만 추구하는 트럼프의 특성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시진핑은 양안 문제의 상황 전개를 살펴보면서 트럼프와의 회동을 최대한 늦출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카드를 갖고 트럼프와 담판을 짓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는 집권 2기로 2026년에 중간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에 반해 시진핑은 3연임에 들어섰고, 4연임도 가능할 정도로 탄탄한 장기 집권체제를 구축했다.
시진핑에게 힘을 실어주는 국내 요인은 꾸준한 세수 증가다. 2023년과 2024년 세수가 연속 감소한 한국과 달리, 중국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내수는 침체했으나, 수출에서 선방해 전년보다 1.3% 늘어난 21조9702억 위안(약 4331조원)이었다. 따라서 중국은 올해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감내할 여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미국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트럼프는 시진핑과 모든 현안에 대해 비즈니스를 할 의향이 있어 보인다"며 "대만은 미·중과의 삼각관계 속에서 평가절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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